택배 기다리는 시간 보다 설레는 시간은?


"직거래하고 집에 오는 동안"입니다. 제가 전자 제품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싸게 사는거 엄청 좋아합니다. 뭐든 온 인터넷을 뒤져 최저가로 사야만 합니다. 저도 그냥 마음 편히 달라는 대로 돈 내어주는 성격이면 좋겠는데 이게 마음대로 안되더라고요. 뭔가 사고 싶은게 생기면 일단 인터넷 검색을 며칠동안 합니다. 집에서도, 이동 중에도, 심지어 회사에서 화장실 갈 때마다 봅니다. 눈 뜨면 생각나는게 그 한 가지일 정도로 다른 생각 하지 않고 그 생각만 합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네이버 지식쇼핑과 다나와에서 최저가를 검색합니다. 그리고 평화로운 중고나라에 들어가서 눈팅을 합니다. 보통 그 키워드를 검색해서 20페이지 정도는 보는 것 같은데요, 그러다 보면 미개봉품/새상품 급 /중고품 시세가 파악됩니다. 시세 뿐만이 아니라 제품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최근에 구입한 보스 솔로5 사운드바는요, 보스 솔로라는 사운드바의 팩토리 리퍼 버전입니다. 그래서 검색해보니 "보스 솔로5 직구 버전" "보스 솔로5 코스트코" "보스 솔로5 유니버설 리모콘" 이런 여러가지 게시글이 나왔어요. 한참 게시글을 보다 보니 알게된게, 보통 이 제품은 미국에서 직구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최근 코스트코에서 이 제품을 할인해 판매했더라고요. 그 때, 기존에 들어있는 유니버설 리모콘을 쪼끄만 기본 기능만 하는 리모콘으로 바꿔 판거죠. 그러다보니 중고나라엔 두 가지 다른 제품 판매자들의 작은 디스전도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저가 코스트코용 제품 아닙니다." "저가 기본 리모콘과 비교 불가." vs "정식 코스트코에서 구매한 제품" 


이렇게 커뮤니티 눈팅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어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결정을 내립니다. (중고나라 외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후기도 봅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매물을 찾아야 하는데요, 이 때 당연하게 들릴 수도 있는 원칙이 있습니다. 고가의 컴퓨터류 (컴퓨팅을 하는), 즉 노트북이나 핸드폰, 아이패드는 무조건 판매처에서 새 제품을 삽니다. 그렇다고 애플 스토어 가서 사진 않아요. 애플 참 좋아하는데 매장의 서비스까지 굳이 돈 주고 살 의향은 없어요. 그래서 이런 제품은 네이버 지식쇼핑에서 검색해 최저가 판매자를 찾습니다. 그리고 쭉 밑에 내려가보면 판매자 정보가 있는데, 주소를 보면 70%는 용산구 원효로입니다. 용산 전자상가란 말이예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곳, 용산 전자상가... 여튼 판매자에게 전화를 해서 일단 ㅇㅇㅇㅇㅇ모델 재고 있냐고 물어봅니다. 재고가 있다고 확인되면 방문수령 가능하냐고 물어봅니다. 보통 근무시간이면 방문수령 가능해요. 이 때 결제 방식은 방문해서 현금으로 드림 / 네이버 지식쇼핑에 나와있는 오픈마켓 (지마켓, 옥션 등)으로 결제 이 두 가지 입니다. 오픈마켓 활용하면 카드결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리고 현금으로 드린다고 하면 어떤 분들은 깎아준다고 하십니다. 옛날에 캐논 미러리스 살 때랑, 델 모니터 살 때 현금박치기하고 할인 받아 샀거든요. 둘 다 인터넷 최저가보다 훨씬 싸서 기분이 아주 좋았어요 히히히. 


방문수령 결정했다면 이제 원효로 가서 물건 받아오면 끝이에요. 처음 가시는 분들은 분위기에 압도 당할 수 있는데 무조건 당당하게 걸어야해요. 2명이 가는걸 추천해요. 요즘엔 호객이 심하지 않지만 쇼핑몰 분위기는 아니기 때문에 혼자 돌아다니면 "예~ 뭐 찾으세요~ 들어와봐요~" 이렇게 많이 물어보세요. 저처럼 여자분이라면 "아가씨 뭐 찾아?" 이렇게 반말 찍찍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거래처가 있다는 느낌으로 분주하게 목적지만 보고 걸어갑니다. 그리고 목적지에 가서 물건을 받아 옵니다. 저는 이렇게 해서 맥북, 아이패드, 모니터, 카메라 등을 구매했어요. 용산에서 물건을 받아 집에 가는 길의 그 설렘! 그 짜릿함!


고가 컴퓨터류 외에도 무거워서 운반이 힘든 제품 (모니터)은 주로 용산에서 구매하고요, 그 외 음향기기라던가 주변기기는 중고나라를 애용합니다. 상태가 아주 좋은 중고 (신동급, 신품급, 민트급, S급 등으로 표현하죠) 혹은 미개봉 신품 (포장도 안 뜯은 새 제품이에요 라고 표현)만 구매합니다. 중고로 구매한건 녹음기, 이북리더 (킨들, 지금 쓰는 크레마는 세제품 구입), 크롬캐스트 외엔 없는 것 같아요. 미개봉 신품으로 구매한건 다이슨 청소기, 보스 사운드바, 애플워치, 클라리소닉 등이 있네요. 


그런데 좋은 가격의 미개봉 신품은 아주 구하기 어려워요. 중고나라를 휙 둘러봤는데 글이 올라온건 며칠 전이지만 아직 판매 완료가 안된 신품이 있다면 가격이 살짝 높기 때문입니다. 미개봉 신품은 제품 상태나 사용 기간 등 고려할 요소가 없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격만 보고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좋은 가격의 미개봉 신품이 올라오면 사람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거래를 성사시킵니다. 대학때 수강신청하는 기분 같기도 하고, 현대판 사냥인가 싶기도 하고요. 이 때 중요한건 중고나라 새글 알림을 설정하는 것 ㅎㅎㅎ 키워드 알림 설정해 놓고 새 글이 뜨면 재빨리 확인한 뒤 가격이 괜찮으면 빠르게 문자를 보냅니다. 


주로 미개봉품의 출처는 1. 직구해서 마진을 남기는 분들, 2. 선물 받음 3. 경품 당첨 4. 선물 하려고 샀다가 선물을 못함. 뭐 보통 이 정도인 것 같아요. 대놓고 업자는 아니고, 직거래 해본 결과 보통 애기 있는 평범한 가정의 남성분들이 많이 나오시는데요, 아마 블랙프라이데이 등 할인할 때 몇 개 직구해놓고 프리미엄 붙여서 판매하시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아닌 경우도 많겠지만요. 


미개봉 신품은 말 그대로 오리지널 패키징을 뜯지 않은, 완전 새제품을 말하는데요, 전 미개봉 신품 구매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원래 갖고 싶은게 생기면 당장 가져야 제맛 아니겠어요? 그런데 한국 매장가서 사자니 직구에 비해 가격이 너무 차이나고, 직구하자니 배송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괴롭고.. (사실 안해봤어요. 못 기다리는거 뻔히 알아서) 그럴 때 전 가장 좋은 옵션이 미개봉품 직거래라고 생각합니다. 미개봉품 저는 택배 거래도 안해요. 빨리 받고 싶으니까. 1시간 반 걸리는 경기도에도 대중교통 타고 찾아갑니다. 그 날 당장 뜯어서 쓰고 싶으니까요. 다만 AS는 잘 알아보셔야해요. 대표적으로 다이슨 청소기는 직구품 AS가 안됩니다. 하지만 한국 가격은 2배이기 때문에 AS 쿨하게 포기했어요. 그러다 금방 고장나서 사설 업체 수리비로 10만원 나갔어요. 그래도 한국에서 사는 것 보단 싸니까 잘 샀다고 생각합니다 호호. 


지금은 뭘 사고 싶냐고요? 아이폰 X요.. 이미 2014년에 산 5s는 뽀사졌고 바꿀 때가 되었지만 아이폰 X가 너무 비싸서 못 사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도 전 미개봉 신품을 찾아 중고나라로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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